성지순례
성지순례란?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
작년부터 국내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순례길을 떠나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한국 주교회의에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라는
가이드 북이 발간된 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이를 더 먹기 전,
걸을 수 있을 때 시작하자… 라는
생각도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미 다녀온 성지도 상당히 많았군요.
하지만 성지순례 가이드 북에 스탬프도 찍어야 하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셈이었습니다.
먼저 제가 속해있는 인천교구를 기점으로
가까운 교구부터 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를 돌았고
이어 청주교구와 안동교구 일부,
동해 쪽을 제외한 원주교구를 돌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당일 출발, 귀가하는 일정이었지만
앞으로는 거리가 멀어지고 교통편이 불편해
1박2일 또는 2박3일 코스로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많은 느낌이 있지만
오늘은 성지순례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고준석 토마스 데아퀴노 신부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옛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지팡이에 물통 하나 메고 길을 떠났습니다.
거칠고 메마른 땅을 넘어 자갈길을 헤치며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하느님의 구원이 있는 거룩한 땅(성지 聖地)이었습니다.
성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신 곳입니다.
우리를 위한 샘물을 솟아나게 하신 곳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 바로 성지순례입니다.
성지순례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성스러운 땅
즉, 성지와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곳
혹은 성인들의 유적이 있는 곳을 방문하여
경배를 드리는 신심 행위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시작한 것은 2세기경부터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흠숭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앞서간 성인을 존경하고,
또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고자
순례의 길을 떠났습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주로 그리스도께서 생활하시고,
하느님의 계시가 특별히 나타난
팔레스티나 지역을 동경하고 순례했습니다.
중세에 와서는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 바오로 대성전 등
순교성인들의 유적지와 기적과 관련된 지역을 순례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달루페, 루르드, 파티마 등의 성모 발현지와
성 프란치스코와 아빌라의 데레사 등 성인들의 탄생지로
그 범위가 넓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천주교 역사가 230여 년에 불과하지만
100여 년 동안의 혹독한 박해 속에서 수많은 순교자가 나오면서
200곳이 넘는 성지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성인들의 순교지, 묘소, 박해 때 교우들이 모여 살던 교우촌,
순교자들의 탄생지, 그분들이 생활하던 곳,
은신처나 다니던 길 등이 성지에 포함됩니다.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는 무엇보다 경건한 마음과 기도입니다.
성지순례는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이 아닌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
우리를 성찰과 회개로 이끌어 주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례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순례를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기도하고 묵상하고 동행하시는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성지를 순례함으로써 신자들은
그 장소에 얽힌 종교적인 전승을 실존적으로 체험하고
자신이 속한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과 일체감을 확인하게 됩니다.
신자들의 진정한 순례는 지상에서의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종말론적인 영적 순례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순례는 신앙과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사랑의 친교를 가능케 해 주며,
이 지상 생활 자체가 그리스도의 인도 아래 이루어지는
순례의 길임을 알게 해 줍니다.
“행복합니다,
마음속으로 순례의 길을 생각할 때
당신께 힘을 얻는 사람들!”(시편 84,6)
<고준석 토마스 데아퀴노 신부님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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