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나라 124위 순교 복자들의 기념일입니다.
이 124위는 2014년 8월 16일 이 땅의 서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열린 시복식을 통해
복자의 반열에 든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입니다.
곧, 한국 천주교회의 초기 순교자로,
신해박해(1791년),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 때
순교한 분들 가운데
한국 103위 성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순교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각 지역에서 현양되던 분들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1997년 추계 정기 주교회의 총회에서
5월 29일을 124위 복자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한국 교회의 제안을 사도좌가 허락한 것입니다.
기념일은 세상을 떠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
천상 탄일로 지정되나
사목적 이유 등으로 다른 적절한 날로 옮길 수 있습니다.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의 순교일은 12월 8일이지만,
이날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므로
심사숙고한 끝에, 윤지충은 전주교구 순교자이므로
전주교구의 순교자들이 많이 순교한 5월 29일로 정하였습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4-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진리에 목마른 학자들의 연구와 깨달음,
인생의 참된 행복을 맛본
초기 증언자들의 순교 열정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자랑스러운 한국 교회의 뿌리를 생각하면,
103위 순교 성인은 물론
지난 2014년 시복되신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분들의 신앙을 우리 삶의 현장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순교는 가장 소중한 목숨을 바치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생명을 버릴 수 있다면,
두 가지 가능성뿐입니다.
지금의 내 생이 죽음 이후에 다시 보상을 받아
새롭게 살아갈 기회를 줄 것이라는
환생에 대한 믿음이거나,
내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돌아가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환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죽음을 가볍게 여기거나,
실패한 인생의 재도전의 기회쯤으로
생각하려는 풍조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런 생명의 순환과 환생을 믿지 않습니다.
환생은 세속적 행복을 절대시하고,
나의 행복의 기준을 이기적인 욕망에 가두는
현실 세계의 모순을 그대로 반복하는 환상일 뿐입니다.
만일 우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되살아난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가 세상에서 겪어야 할
또 다른 지옥의 연장일 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현실 속에서 영원을 만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로
죄와 죽음에 대한 궁극적 승리를 믿는 사람만이,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배반하지 않고
그분을 위해 목숨을 내놓습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없는 또 다른 환생을 꿈꾸기보다,
하느님 안에 사는 참된 평화를 희망했기에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이 가졌던 열정이
오늘 우리에게 절실해집니다.
2019년 5월29일
은행동에서 박 종석 클레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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