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안부인사로
'많이 바쁘시죠?'가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바쁜 사람은
열심히 사는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반대로 한가한 사람은
게으르고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사회적 무의식이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까닭일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언제부터 바쁨이 미덕이 되었을까?
혹여 그 바쁨이 우리로 하여금
내가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내 삶의 근본적인 우선순위,
내 인간관계와 삶의 목적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 물리적으로 홀로 있는 시간마저도
TV에 휴대폰에 SNS에 사로잡혀
정서적, 심리적 바쁨의 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과연 정상일까?
이런 바쁨 속에서는 우리는 결코
내 곁의 귀한 사람들의 마음을 참되게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의 마음 역시
절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고독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는
(지그문트 바우만『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말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