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웃어볼까?

환생

주님의 착한 종 2018. 1. 10. 10:12


환생


그날도 새벽에 맹구는 고주망태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맹구는 침대에서 이미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랑스런 아내 옆에 누워 곧 잠이 들었다.

맹구가 눈을 떴을 때, 침대 맞은편에는

도사처럼 차려 입은 남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서 있었다.

 

 

"누구시죠?

누구신데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있는 겁니까?"

 

 

"여긴 네 방이 아니다.

난 저승사자다."

 

 

맹구는 믿기 힘들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제가 죽었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난 아직 할 일이 많다구요.

가족한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구요.

절 빨리 돌려보내 주세요."

 

 

저승사자가 대답했다.


"넌 이미 죽었다.

환생할 수는 있지만,

네 행적을 보니 개나 암탉으로 밖에 안 되겠구나."

 


 

대답은 절망적이었지만

맹구는 집 근처에 양계장이 있다는 걸 생각해 내고는

암탉으로 환생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번쩍하더니

몸은 이미 깃털로 덮여 있었고,

맹구는 마당에서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 닭으로 사는 게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아!"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활기차게 돌아 다니던 수탉이

다짜고짜 뒤로 올라 타더니 말을 걸었다.

 

 

"새 암탉이로군.

그래 여기 첫날인데 어떤 것 같아?"

 

 

"생각보단 괜찮아.

그런데, 왜 아랫배가 점점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알을 낳으려는 거로군.

아직 알을 낳아 본 적이 없나?"

 

 

"아직 한번도."

 

 

"그래?

그럼 긴장 풀고 그냥 낳아봐. 어렵지 않을거야."

 

 

그래서 몇 초 후 더부룩한 느낌이 왔을 때,

숨풍하고 알을 낳았다.

알은 꼬리 뒤쪽으로 나와 있었다.

거대한 안도감이 찾아왔고,

처음으로 모성감을 경험한 맹구는

말할 수 없이 뭉클한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곧 이어 두 번째로 알을 낳았는데

그 행복감은 처음의 느낌보다도 훨씬 컸다.

암탉으로 환생하게 된 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처럼 느껴졌을 정도였다.

 

 

기쁨은 계속 밀려왔고,

그가 세 번째로 알을 낳으려던 찰나,

머리 뒤통수를 무언가가 세게 치는 게 느껴지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 인간아!!!

침대에다가 똥을 싸 놓으면 어떻게 해!

이 웬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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