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온 김 수환 추기경님의 편지
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 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그분의 덕입니다.
속으론 겁이 나면서도
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노숙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화가나 울화가 치밀 때도..
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내가 쓴 글 솜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사실은 2천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 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내 솜씨만으로 한 일들도 많습니다.
빈민촌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게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 였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홀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는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 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바 없는
아니,,,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요.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요.
그 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그 분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손가락 일 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분을 쳐다 보십시요.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글 쓴이의 이름이 없는 글을 옮겨왔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 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 주다가
늙은 환경 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 부처님 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의 시신을 몇 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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