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수녀님의 기차여행

주님의 착한 종 2016. 10. 6. 08:33



며칠간 서울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대구에 내려오는 길,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초록에 마음 속 감탄하고 있는데

뒤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어요?

(한참 동안 가방 부시럭 소리 후)


"에고고, 사탕 하나도 없네."

이전 역에서 완전히 굽은 허리로 힘겹게 기차를 타신 할머니가

제 뒷자석에 앉으셔서 힘겹게 뱉으신 말씀이셨죠.

순간 가방 안에서 잠자고 있던 사탕 몇개가 생각났어요.

얼른 사탕을 꺼내 비어 있던 할머니 옆자리에 놓아드렸죠.


할머니가 "어?" 하시더니

"에고고... 고맙습니다."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몇 개의 기차역을 지나 할머니 옆자리에

어떤 또 다른 할머니(조금은 덜 연로하신 ^^;)가 타셨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주거니 받거니..

충청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오가는 만담이 시작되었죠.


생생하게 중계되는 할머니들의 만담에 저는 제 뒤에 계셨던 할머니가

여든이 넘으신 나이에 혼자서 부산 며느리집에 가신다는 걸,

손자들 먹이실꺼라고 호도과자 꼬옥 끌어안고

당신 배고프셔도 참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구역에 가까이 왔을 때

시간은 어느새 점심 시간이 되었어요.


할머니 친구해주시던 할머니도 곧 내리시게 되었고요.

"할매 배고파서 우짜노..."


부산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인데,

저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아~! 맞다!!

서울 수녀원에서 주방수녀님이 챙겨주신

자두 하나와 조그만 비스켓 한 봉지가 생각났습니다.

가방에서 꺼냈죠.

이번에 도착할 역은 대구, 대구역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가는 길

할머니 앞에 서서 자두 한개와 과자를 내려놓았어요.


"할머니, 이거 간식하세요~"


싱긋 한 번 웃어드리고 부리나케 걷는데

제 뒤통수에 대고 할머니가 우렁찬! 아주 우렁찬 소리로 외치시는거예요.

"어이쿠! 고맙습니다아, 고맙습니다아~ 흰 옷 입은 양반~~"


충청도 시골에서 수녀를 거의 못보신 할머니에게

저는 흰 옷 입은 양반이었지요.

후후후...


순간 깜짝 놀라고, 얼굴이 빨개졌지만...

저도 속으로 할머니의 '고맙습니다'에 맞춰

'주님 고맙습니다아~'를 외쳤습니다. ^-^

작은 일에 큰 감사를 드리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저는 스승님 곁에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를 느꼈답니다.

12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옆의 할머니에게

큰소리 떵떵 치신 충청도 할머니...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삶의 곳곳에서 당신의 따뜻함을 알려주시고

기쁨 주시는 주님께 찬미드리며

기쁨 가득히!!

윤수진 마리안나 수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