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어도 가슴으로 가까운 사람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서로를 아끼며 염려 해주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맑은 옹달샘 같은 신선한 향기가 솟아나는 곳, 그저 그런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활력을 얻어갈 수 있는 곳, 그래서 행복한 우리가 되었음을 느끼는 곳
서로 아끼며 아낌을 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세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곳이 이곳 성당이었습니다.
허무한 시간을 느낄 때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분발할 수 있는 향기가 숨어 흐르는 곳,
사랑과 그리움과 이별의 향기로 살아온 시간 속에서 무디어진 감성을 아름답게 일깨워 주는 곳, 바로 이곳 제대 위였습니다.
제대 위에서 살아계신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자신을 아버지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증인들이었습니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기에 우리가 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사랑과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곳,
바로 살아계신 예수님이 우리를 기다리는 곳, 바로 감실이었습니다.
남모를 슬픔과 기쁨을 안고 언제나 찾아 뵈워도 반겨주시는 살아계신 예수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진 이 공간에 우리의 작은 향기도, 때로는 필요로 하는 이에게 맑은 샘물과 같은 향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멀리 있어도 가슴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감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너와 내가 만났기에 그분은 우리를 하나의 고리로 묶어주셨습니다.
우리가 이 성당을 다니면서 향기와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사람의 참된 아름다움은 생명력에 있고, 그 마음 씀씀이에 있고, 그 생각의 깊이와 실천력에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맑고 고요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눈은 맑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기도와 명상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 깊은 생각과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밝고도 지혜로운 빛이 느껴집니다.
녹슬지 않은 반짝임이 그를 언제나 새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남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옳은 일이라면 묵묵히 하고야마는 사람에게서는 큰 힘이 전해져 옵니다.
강한 실천력과 남을 헤아려 보살피는 따뜻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제단 위해서 강론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우리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살아가는 몸짓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선포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눈을 닮고, 누구의 코를 닮은 얼굴보다 평범하거나 좀 못생겼다고 하더라도 어쩐지 맑고 지혜롭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
만나면 만날수록 그 사람만의 향기와 매력이 느껴지는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가슴과 몸짓에서, 제단 위에서 자신을 봉헌하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우리는 내면을 가꾸어갑니다. 거울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내 마음의 샘물은 얼마나 맑고 고요한지, 내 지혜의 달은 얼마나 둥그렇게 솟아 내 삶을 비추고 있는지,
내 손길 닿는 곳 발길 머무는 곳에 어떤 은혜로움이 피어나고 있는지,
내 음성이 메아리치는 곳에, 내 마음이 향하는 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있는지.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감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아멘 .
- 광주교구 김형수 비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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