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우물 속의 달

주님의 착한 종 2016. 5. 4. 08:29



 

우물 속의 달

 

- 詠井中月 [영정중월] 우물 속의 달을 읊다 - 李奎報 [이규보]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산승이 저 달빛에 욕심이 생겨
幷汲一甁中 [병급일병중]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절에 도착하면 그때야 응당 깨달으리니,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병이 기울자 달 또한 비는 것을...

 

찰랑이는 선미(禪味)의 물결이
달빛과 물빛 양 사이에 재미있게 스며 있는 절묘한 시!

 

그 선미의 물결에는, 물긷는 순박한 산승이 살고,
그 산승이 좋아하는 달빛이 살고, 그 산승과 달빛을 시에 비벼 넣고서
혼자 웃고 있는 시인의 마음이 산다.

 

달빛을 긷는다...는 매우 운치 있는 시적 표현과 함께,
간결하면서도 절묘한 비유로 엮어진 이 시는,
마음의 속성을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 보여 주고 있다.

 

항아리 속의 물결은 마음일 것이고 그 물결에 고인 달빛은 마음에

담기는 것일 것이다.

 

마음/마음에 담기는 것…! 마음은 본래 비어있는 것이어서
이를 공(空)이라 하고 그 공에 담기는 것을 색(色)이라 할 때,
마음 거울은 본래 빈 것이라 만상을 비추고도 그 상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마음에 잠시 비추었다
지나가는 하나의 상(象)일 테니까.
씨앗도 겉과 속이 있고
작은 나뭇잎도 앞면과 뒷면이 있다.
이것과 저것은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음과 양이 그렇고, 삶과 죽음이 그렇고,
색과 공이 그렇고, 너와 내가 그렇고,
들숨과 날숨이 그렇고, 일(一)과 다(多)가 그렇다.


역설의 연기(緣起)로 이루어진 이것은 하나도 아니면서 둘도 아니어서,
둘이면서 늘 하나인 채로 살아간다.

역설의 연기로 굴러가는 영혼의 원! 그 속에 우주와 우리의 삶이 있다.


비추는 것과 비치는 것...
마음/우주(만물)`은 그렇게 늘 하나로 움직이며 살아간다.

그래서 산승이 긷는 물과 달빛 속에는 마음의 소멸과 신생의 순환이 있고,
그 순환 속에서 우리의 삶은 늘 새롭고 싱싱할 것이다.


강물이 아무리 흘러도 산그늘은 떠내려가지 않고, 호수 위에 밤새 앉아

있어도 달은 물에 빠지지 않는다.

마음이란 체가 없어서 모든 것을 다 담지만 그 무엇에도 떠내려가거나

 빠지지 않는다.

마음은 갈 곳도 없고 올 곳도 없으며 빠질 곳도 빠지지 않을 곳도 없기 때문이다.

비록 물을 붓고 나면 다 없어질 달빛이지만, 체없는 무량의 마음에
그 달빛을 길어 삶의 항아리에 부어보고 싶어진다.

 

그 맑은 달빛이 고요히 고여 있는 동안, 우리 마음 거울은
그 만큼 하얗게 하얗게 보드랍고 촉촉한 물결로 한없이 일렁일 테니까!

 

♣ 참 많이 보고싶다 / 관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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