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알고 싶어요

나만 올바르게 살면 무엇합니까?

주님의 착한 종 2016. 3. 1. 10:24











나만 올바르게 살면 무엇합니까?


세상을 보면 테러와 전쟁과 학살, 온갖 비리와 불의가 만연합니다. 나만 올바르게 살면 무엇합니까? 결국 이런 거대한 악의 굴레 속에 나 자신마저 빨려들어 가는 것 같고, 나에게 자유란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한때 군대 구타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웠습니다. 바른 마음을 가진 개인이 구타가 횡행한 군대에 가면 자신도 구타 가해자가 됩니다. 가정환경, 전통, 신분, 국적, 관습, 문화, 유전적 성향 등의 외부 환경은 선택하기 전에 이미 주어지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겨자씨의 비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 4, 31~32)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를 살펴봐도 98%는 거의 동일하고, 차이는 고작 2%에 불구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인간의 탄생을 위해 우주는 그 2%의 다른 변화를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자유의 영역이 고작 2% 밖에 없더라도 그 2%는 엄청난 결과를 낳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영성은 어쩌면 한 번에 거대한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겨자씨를 뿌리는 것, 즉 하느님 나라의 싹이 움터 나오기 위해 작은 틈새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고질적인 악습, 세상의 불의한 관습이 철옹성같이 굳건해 보여도 거기에 작은 틈을 만드는 2%의 우리의 노력은 소중한 것입니다. 2000년 전 남들이 보기에 실패로 보이는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이 먼저 2%의 틈새를 만들고 자신이 스스로 씨앗이 되셨습니다. 우리도 거기에 참여하기를 원하십니다.

- 권순호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