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8 대림 제3주간 금요일
독서:예레 23,5-8
복음: 마태 1,18-24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2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24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시작기도
성령님, 당신의 거룩한 일에 함께하는 것을 두려워 말게 하소서.
말씀 들여다보기
예수님 시대에 결혼은 두 단계를 거쳤다. 첫 단계는 ‘약혼’인데, 이는 요즘처럼 결혼하기로 약속하는 게 아니라 실제 결혼을 하되 한 집에 살지는 않는 상태를 말한다. 둘째 단계는 ‘같이 살기’로, 따로 살던 부부는 이때부터 한집에 살게 된다. 예수님을 잉태하셨을 때 마리아와 요셉은 결혼의 첫 단계는 지났으나 아직 둘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시기에 마리아가 요셉 모르게 임신했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든 요셉이 마리아와 공공연하게, 또는 조용히 이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의로운’ 요셉은 그중 후자를 택하기로 마음먹는다.
천사가 나타나 요셉을 설득한 건 요셉이 바로 이런 생각을 굳혔을 때다. 그런데 첫 인사가 ‘두려워 말라’인 게 이상하다. 마리아가 자기 모르게 임신해서 파혼하게 된 것은 화가 나거나 실망할 일이지 두려워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주장한 것처럼 요셉이 파혼을 생각한 건 마리아의 수상한 임신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성령으로 잉태했음을 전해들은 요셉이 스스로 메시아의 어버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 천사가 요셉에게 ‘두려워 말라’ 한 것은, 그런 요셉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두려워 말고 성모의 남편이자 성자의 양부가 되어 하느님 구원사업에 힘을 보태라 한 것일 수 있다.
말씀 따라 걷기
*하느님 일을 하기에 자신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내게 하느님께서는 뭐라 하실까?
*예수님이 세상을 구원하시는 데 협조한 사람들의 숨은 삶이 어땠을지 생각해 보자.
마침기도
하느님, 당신 아들의 아버지이자 성모 마리아의 남편이라는 엄청난 사명에 두려움을 느낀 요셉에게 용기를 주셨듯이 저에게도 예수님과 이웃을 더욱 사랑할 용기를 불어넣어 주소서. 아멘.
- 윤성희(구약성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