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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부동산에 통제당하는 중국 정부

주님의 착한 종 2011. 8. 3. 10:50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부모님 재산마저 없으면 우린 희망이 없어요. "

얼마 전 만난 중국 젊은이에게 "중국의 집값이 너무 올라 살기 어렵지 않느냐"고 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젊은이가 노골적으로 부모집 재산을 물려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 내심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젊은이는 "돈을 벌어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며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집값은 이미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준까지 올랐다. 기자가 살고 있는 베이징 왕징은 베이징 시내 중심부인 자금성에서 북동쪽으로 14㎞ 떨어진 시 외곽지역이다.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지만 아파트 가격은 한국을 뺨치는 수준이다. 35평 정도면 한국돈으로 5억원이 넘고 50평이면 8억원을 웃돈다. 얼마 전 머셔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에서는 30세의 대학 부교수가 60살까지 꾸준히 재산을 모아야 100㎡(30평)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4200달러인 중국의 집값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니 거품이라고 할 만하다.

주택가격 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당연히 국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처는 의외로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국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집값을 잡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내놓았다. 다주택 구입자와 부동산개발업체에 대출을 규제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충칭과 상하이는 호화주택보유자에게 보유세를 물리는 정책을 내놓았고 베이징은 외지인이 집을 두 채 이상 살 수 없도록 주택구매 자체를 봉쇄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정책들로 올해 집값을 10~20% 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수그러들 뿐 집값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6월에도 70대 대도시 중에서 44개 도시의 집값이 오른 반면 하락한 곳은 12개에 그쳤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말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조치는 경제성장을 희생시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의존도가 높다. 2009년의 경우 부동산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40%를 넘었다. 8%의 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사회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평가를 듣는 중국으로서는 쉽게 부동산시장을 건드릴 수 없는 이유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중국의 1년 예금금리는 3.5%이지만 물가상승률은 6%가 넘는다. 자산가치를 유지하려면 은행에서 돈을 빼 증권과 부동산에 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실질금리를 올려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고,싼 값에 토지를 팔아 저렴한 주택공급을 늘리는 게 부동산 가격을 잡는 방법이지만 중국 정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중국 정부는 거시경제 변수에 대해 "통제가능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 시장을 보면 정부도 부동산에 통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