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새 희망' 황금평을 가다
中 관광가이드 10명 모두 "황금평 어딘지 모른다"
北, 일주일에 2번 배 보내 "몸수색 5시간 하지만 밀수사례 종종 적발"
중국 단동(丹東) 압록강공원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평일인데도 그랬다.
볼 것이라곤 6·25 때 끊어진 압록강 단교(斷橋),
유람선 위에서 훔쳐보는 북한 신의주의 칙칙한 정경뿐이다.
최근 조잡한 기념사진용 한복 대여소가 생겼다.
관광가이드 10명에게 물었다.
"황금평(黃金坪)이 어딘지 아는가?"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남에선 '북한판 홍콩', 북에선 조중(朝中)합작특구로 유명하건만
현지에선 11일 개발착공식이 열린 사실조차 아는 이가 드물었다.
의외로 압록강 보트 조종사가 "저기 보이는 섬"이라며 서해 쪽을 가리켰다.
평지보다 약간 높은 섬이 희미하게 보였다. 섬은 중국 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
1인당 중국 돈 70위안을 이미 챙긴 조종사는 황금평 얘기에 신이 나는 듯했다.
"200위안을 주면 신의주 5m 앞까지 갈 수 있어요.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안전합니다."
이런 큰소리에 '황금평에 가려면 얼마냐'고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씩 웃으며 값을 확 올렸다.
"2000위안이면 갑니다. 아주 아주 싼 거예요!"
황금평은 압록강공원에서 서쪽으로 20㎞부터 시작됐다.
철제펜스(Fence)가 쳐 있을 뿐 중국에 붙어 있어 섬이라 할 수 없는 땅이다.
자세히 보니 펜스 뒤에 국경을 가르는 철조망이 있다.
중조변경(中朝邊境)이란 팻말도 군데군데 있었다.
면적이 10.45㎢로 여의도(8.48㎢)보다 넓고 위치도 중국 쪽인 이 섬은 1962년 북한 것이 됐다.
그해 12월 10일 김일성과 주은래(周恩來) 간에 체결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 이후다.
당시 황금평과 중국 사이엔 좁은 물길이 흘렀다.
세월이 흘러 퇴적물이 물길을 메웠다.
그 덕에 황금평 뒤편 압록강마저 모두 북한 영토가 됐다.
결국 중국은 단동신항(新港)을 개척해야 했다.
지금도 중국측은 "변계조약 때 북한에 너무 큰 양보를 했다"고 후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평 주변은 경계가 강화됐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키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210㎜ 망원렌즈를 펜스 구멍에 걸쳐놓고 마음껏 관찰할 수 있었다.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중년 여성 5명이 팔과 무릎을 걷고 모를 심는 모습이었다.
다시 100m쯤 서진(西進)하자 삽을 든 남성 옆으로 지게를 진 남성이 걸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다시 200m쯤 서쪽으로 기와집 수십 채가 보였다.
옛날 우리 농촌에서 많이 볼 수 있던, 긴 삽 한 자루를 셋이 놀리는 장면도 보였다.
계속 서쪽으로 가자 붉은색 천에 노란색으로 적은 '결사옹위' '자력갱생' 같은 깃발이 꽂힌
옆 땅바닥에 앉아 바지를 갈아입는 남성이 보였다.
다시 그 옆으로 젊은 여성 셋과 소년 한 명이 있었는데 특이하게 상의가 짝퉁 버버리였다.
황금평은 북한에서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은 비옥한 땅이라고 알려졌지만
현대식 농업기계라곤 이앙기 한 대가 유일했다.
소도 한 마리 보였지만 농업용이 아닌 축산용인 듯했다.
한마디로 사람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 땅이었다.
황금평의 경지면적은 9.2㎢다.
압록강 위에서는 주단도(26㎢)·위화도(13㎢)·다지도(12.9㎢)에 이어 네 번째 넓다.
황금평은 압록강의 섬 가운데 주민이 살고 있는 11개 유인도(有人島) 가운데 하나다.
유인도 중 북한 소유는 10개다.
북한은 황금평 개발 의지를 가진 듯 원주민 외에 신의주에서 인력을 실어나르는 배편을
운영하는 것도 확인됐다.
신의주항에 정박한 'C-객-3308'호가 그것으로, 유람선과 모습이 비슷한 이 배는
한 번 출항 때 50명 정도가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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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단동시 해안도로와 마주 붙은 북한의 경제개발특구 황금평은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주민들이 모를 심는 장면과 그들의 거주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위 사진). 황금평이 조중(朝中)국경선임을 보여주는 철조망(아래 사진) /문갑식 기자
중국측 인사는 "이 배는 월요일과 토요일에 신의주를 떠나 화요일과 일요일에 귀항한다"며
"한 번 출항 때 몸수색을 5시간씩이나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황금평이 중국과 워낙 붙어 있어 밀수사례가 종종 적발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황금평은 북한이 선전하는 것처럼 상업센터, 정보산업·현대시설 농업·관광업·가공업 같은
4대 산업단지가 조성돼 개혁·개방의 '황금'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목격한 바에 따르면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처럼 보였다.
황금평 주변 단동에는 '단동경제특구' 조감도가 곳곳에 서 있다.
단동경제특구는 2006년 시작돼 이미 구(舊)시가지 외곽에 마천루가 치솟아 있다.
당시도 신의주가 포함됐다는 설(說)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단동경제특구' 조감도에 붉은색이 칠해진 종합보세구(10㎢) 바로 밑 황금평은 흰색이다.
즉, 단동경제특구와 아무 관련도 없다가 북한의 강청(强請)인지, 혹은 중국의 요구인지에 따라
뒤늦게 개발이 발표된 것이라는 걸 알 수있다.
때문에 중국에 임차될 50년간 홍콩의 기업인이 '행정장관'에 임명된다는 설,
북한이 단동특구의 끝자락에 끼어들려 중국에 애원했다는 설,
중국이 황금평을 삼키려 선심 쓰듯 북한의 요구를 수락했다는 설이 현지에 난무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중국이 북한의 급변(急變)사태에 대비, 영토 안에 발을 담그려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황금평 외에 나진·선봉지구에 진출해 있고 무산지역의 철광석을 트럭에 실어
연길 근처로 실어나르는 한편 철도도 건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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