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팔면서 소비트렌드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부의 편중이 심하고 젊은이가 소비를 주도하는 중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행히 중국에는 소비 선도층의 구매패턴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3대 상품(三大件)’이라는
시사용어가 있다.
부유층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3가지 상품을 뜻하는 것으로 시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경제발전의
척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유행에 민감하고 자존심이 강한 중국인들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3대 상품’의 구입에 열중한다.
그래서 3대 상품에 들어간 제품군에서 대박을 터뜨린 기업은 손쉽게 중국시장을 정복하게 되는 반면
그렇지 못하면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변두리로 밀려나는 신세를 면하기 힘들다.
문화혁명의 물결이 중국을 휩쓸어 중국 경제가 뒷걸음질 치던 1970년대에 3대 상품으로
자전거, 재봉틀, 손목시계가 손꼽혔다.
여기에 라디오가 혼조양상을 보이며 간발의 차이로 4위에 랭크되었다.
자전거는 평지가 많은 중국에 적합한 교통수단이었고
당시로서는 서민의 벗이면서 사치품 대열에 들어갔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수동 자전거에 전기충전기를 덧붙인 신개념 자전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야간에 집에서 전기로 충전한 후 출퇴근시 이를 이용하면 페달을 밟지 않고도 평지는 물론 높은 언덕도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가격이 대당 2천 위안 이상으로 다소 비싸지만 높아진 소득수준에 힘입어 자전거 소비 붐을 재창조하면서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의 곁으로 자전거가 다시 돌아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3대 상품은 빠르게 진화한다.
저렴한 전기료 덕분에 컬러TV, 냉장고, 세탁기가 새로운 ‘3대 상품’으로 등장하여 중국인의 생활수준을
크게 업그레이드(Up-Grade)하였다.
더불어 전화기와 오디오가 부의 상징으로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이어 다시 10년이 흐르면서 TV와 냉장고가 일반서민의 안방으로 파고들어 범용화 되자 중국의 부자들은
귀중품으로 에어컨, 컴퓨터, 오토바이를 사기 시작하였다.
특히 개혁개방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중국에서 생산하던 제품만을 소비하던 패턴이 사라지고
해외브랜드로 중국 소비자의 눈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기능에 만족하지 않고 유명 브랜드를 위해 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소득은 없지만 막강한 구매파워를 지닌 대학생의 소비패턴을 상징하는 ‘3대 상품’이 회자되고 있다.
고급 옷이 필수이고 화장품과 컴퓨터를 갖고 있어야 품위 있는 대학생 대열에 얼굴을 내밀 수 있다.
여기에다 일반 근로자의 2-3개월치 월급을 투입해야 손에 넣을 수 있는 스마트폰과 세련된 디자인의
노트북이 젊은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특히 어른들은 고가 IT제품을 사는데 주저하지만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1자녀 정책으로 인해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10년을 다시 시작하는 2011년에 중국의 ‘3대 상품’은 무엇일까.
먼저, 자동차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중국이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는 뉴스가 보여주듯
부유층 상징이 아닌 보통사람의 물건이 되었다.
중국에서 생산되었다는 한계가 있지만 유명브랜드 자동차는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상황이다.
명품을 부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학생들도 서너개씩 소유하는 입장에서 상류가 아닌
이미 중상류층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의 진정한 ‘3대 상품’은 아주 다른 차원에서 회자된다.
상위 1%에 속할 정도의 부를 필수로 하면서도 단순히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유와 예술품을 향유하기 위한 소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넓은 공간을 소유하면서도 자연을 벗할 수 있는 별장이 가장 먼저 언급되고
지식상품의 총아인 그림이 그 뒤를 따른다.
중국의 그림산업은 취미 수준을 넘어 글로벌 산업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여기에 해외유학 경력이 가진 자의 필수품목으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이다.
이제 중국도 상류층에 속하기 위해 재력에다 지성을 겸비해야 하는 시대가 개막되고 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FTA통상실 실장(choi@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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