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따라 간 곳
자주색 커튼이 창문을 열었고
쇠락한 정원엔 흔들리는 달빛이 내리고 있었지
정원수 발밑
이름모를 풀씨가 되어 버린 난
그대가 잊은 것들 중의 하나가 되었고
다시는 떠 올려지지 않을 것이 되어 버렸어
다만,
서러운 달빛이 내리던 밤
뒤척이는 네 꿈을 볼 수 있었을 뿐
날마다 엉겨 가는 덤불을 헤쳐내며 고개를 쳐들어 볼 뿐
깊은 어둠 중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지
바람을 따라나서지 말 것을
낡은 수첩속에 웃고 있는 것이 좋았을 것을
때로는 눈부처 만들기 보다 가슴속 옹이가 더 나았던 것을
가고 오지 않아도 그리움은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것을
언제 부풀어 오를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아랫단전에서 시작된 바람이라면
이 가을의 발길을 재촉하긴 충분하지 않을까
뒤이어 밀려 올 회한이사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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