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중국인의 사후관(死後觀)

주님의 착한 종 2009. 7. 4. 11:40

중국인의 사후관(死後觀)

중국인은 매우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음만은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 듯싶다.

아니, 또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받아들이되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겠다.

그 때문인지 그들은 저승 가서 쓸 돈을 따로 모아둔다.

이 돈은 자신이 죽기 전에는 절대 내어놓는 법이 없다.

그 자손들 또한 고인이 저승에서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돈을 사용한다.

 

저승 돈이라 일컫는 노란색 지전(紙錢)을 사서 고인이 가시는 길에

뿌리거나 태워준다.
많으면 많을수록 저승에서 부자로 편히 산다고 믿는다.

싸늘한 주검에 금반지 금 목걸이를 채워주는가 하면 입에는 금화를 물려

마지막 가는 여정에 보탬이 되도록 기원한다.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또한 관()의 모양과 무게, 크기도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좋은 관은 성인 십 여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크고 무겁다.

무덤은 그 모양이 화려할수록 저승 가서도 좋은 집에 머물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45일 청명절(淸明節)에 조상의 묘를 찾아

노란색 지전을 태우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인이 이토록 현세보다는 내세를 중요시하는 데에는

그들의 오랜 역사 속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넓고 광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이다.

그 민족 또한 다양하여 그들의 역사 속에는 전쟁이 없었던 시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각각의 민족들은 서로의 땅을 침범하며

영토 확장에 안간힘을 써 왔다.

백성들은 자연히 삶이 고달플 수밖에 없었고 현세의 삶은 원망스럽기만

했을 터이다. 따라서 그들은 현세에서 누리지 못한 부귀영화와 안락한

삶을 내세에서라도 누리길 원했고, 이러한 가슴속 염원은 그들의 정서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시간을 더하면서 민족성으로 자리매김 하였으며,

이는 다시 관습으로 표면화되어 굳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하지만 무덤을 화려하게 꾸미는 이러한 관습은 문화혁명 이후 거의 사라져,

지금 중국의 무덤은 조그만 흙더미에 지나지 않는다.

시골 황무지 등에 널려 있으며 풀이 무성하여 그 형체조차도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타이완에는 지금까지도 무덤을 꾸미는 전통이 남아 있다.

묘지 앞에는 어김없이 작은 성()이 자리하고 있으며 대리석 하나 하나에는

꽃무늬와 같은 화려한 조각들이 다채롭게 새겨져 있다.

 

조금 크다 싶은 묘는 어른 서너 명이 들어가 앉아도 넉넉할 정도이다.

어찌나 아름답게 꾸며졌던지 저승에서는 정말 저런 곳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기도 했다.

 

지금 한국에서 생활하는 화교들도 무덤만 화려하게 꾸미지 않을 뿐이지

주검의 입에 금화를 물려준다든지 지전을 태운다든지 하는 다른 관습들은

거의 지니고 있다.
간혹, 공동묘지에서 지폐 크기의 노란색 종이를 발견한다면

근처의 어느 곳에 화교가 잠들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