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어느 외국인 신부님의 송년사

주님의 착한 종 2008. 12. 30. 13:00

예전에, 아주 예전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은 아니고

30여 년 전쯤에 흰 피부에 파란 눈에, 노란 머리카락을 가진

신부님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부임을 하셨을 때 이야기이다.

 

성탄도 지나고 한숨 돌리신 신부님이

송년미사 때 말씀하실 송년사를 만들고 계실 때

연하장 몇 장이 배달되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謹賀新年 (근하신년)이라고 써있네..

 

뜻을 모르는 신부님이 교우들 중 그래도 가장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목회장님을 불러 뜻을 물었겠다..

사목회장님의 설명에도 한자를 모르는 신부님이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신년이 새해라는 것, 를 한자로 유식하게 이라고 쓴다는 것

뿐이었다.

 

그래.. 올 송년사는 유식하게 쓰자..

그리고 몇 일 후, 송년미사에서

신부님의 송년사는 다음과 같이 낭독되었다.

 

----------(송년사)--------------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제 조금 있으면 이년을 보내고 새년을 맞습니다.

보내야만 하는 이년은 어떠셨습니까? 아쉽습니까?

 

우리는 매년 새로운 년을 맞고 헌년을 보냅니다.

어떤 년들은 정말 아름다웠고

어던 년들은 정말 즐거움으로 가득 찼었고

어던 년들은 정말 보내기가 싫었습니다.

 

반대로

어떤 년들은 정말 끔찍했고

어떤 년들은 제발 빨리 가주기를 바랬고

기억하기조차 끔찍했었던 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올해도 똑 같이 여러분에게 공평하게 새년을 보내주시며

잘 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저는 여러분이 주님께서 주시는 새년을

주님께 감사 드리며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시고

잘 사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년은 똑 같은 년인데

여러분의 노력과 마음가짐에 따라 어떤 년은 아름답게 꾸며지고

어떤 년은 괴로움만 쌓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마음으로 새년을 맞이하시고

다음 새년을 맞을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