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마.
어떤 집에서 아들을 낳고 온 집안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단다.
애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자 안고 나와 손님들에게 구경시켰지.
덕담이나 들으려는 생각으로 말이야.
그러자 한 사람이 “이 아이는 장차 부자가 되겠습니다” 하고 말했지.
그래서 애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단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이 아이는 장차 벼슬을 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더라.
그래서 애 아버지도 답례로 그에게 덕담을 해주었고.
그런데 한 사람은 “이 애는 틀림없이 죽을 겁니다” 하고 말해서
모두에게 호되게 얻어맞았다고 한다.
죽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귀의 몸이 된다는 것은 거짓말일 수도 있지.
하지만 거짓말은 좋은 보답을 받았고, 진실은 얻어맞았다. 너는…?
(루쉰의 <입론立論>)
대형 장소에서 벌어지는 요란한 돌잔치를 보노라면
못내 씁쓸하면서도, 뭐... 아이가 하나뿐이니 저럴 수도 있지 싶다.
하지만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라는 돌잡이에 이르러서는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현금, 카드, 골프채, 청진기 등을 죽 늘어놓고
이걸 집어라, 저걸 집어라 하는 게 자본주의의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지옥 같아서다.
웃자고 벌이는 이벤트라지만,
부모들은 내심 자신의 아이가 부자가 되고 명예를 얻고
그러면서도 건강하기를 바랄 것이다.
부모의 간절한 바람대로 아이는 편안하게 부귀를 누리며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삶에도 늘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치게 마련이거니와,
설령 운 좋게 모든 불행을 피한다손 치더라도 죽음만은 피할 도리가 없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죽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죽어서까지도 영원히 살 것처럼
부귀와 명예에 집착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때문에 죽음은 삶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없다.
삶을 위협하는 건 오히려 ‘죽음의 때’를 생각지 못하고
덕지덕지 쌓아 올리는 욕심과 집착이다.
아이가 귀할수록 <좋은 죽음>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움켜쥐는 법> 대신 <놓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거야말로 ‘좋은 삶’을 위한 ‘덕담’이 아닐까....
<채 운/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의
[고전에서 길 찾기] 중 ‘입론立論’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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