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성 흑하의 흑사회는 아무래도 두렵다.
흑자 3개가 별처럼 붙어 있어서…
흑하강가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가는 발길을 잡는다.
흑하강변의 한 식당 - 개고기도 있다.
흑하 시가
흑하에서 사귄 중국친구 집에서 마신 술이 거나한 가운데
그 친구의 아쉬운 작별인사를 받으며
당일 아침 예매 시 침대차가 매진되어 할 수 없이 좌석표를 구매한 사실이 생각나
12시간을 어찌 앉아서 갈 것인가 하는 걱정이 물밀 듯이 밀려오기에…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라 마음을 정리하고 배정된 좌석표의 자리를 보니
6인이 마주 앉아 가는 자리의 정 중앙이다.
어찌나 하나 같이 덩치들이 큰지! 갑자기 숨이 탁 막히는 답답함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전 청도에서 태산까지 8시간의 완행 입석을 타본 경험은 있지만
그래도 그 때는 일행이라도 있었기에 가능 했던 것이고
혼자인 지금 순 산도적 같은 놈들 속에 낑 겨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출발 10분전 일단 기차에서 내려 승무원에 침대자리가 있는지 물어 보니
재발급 해주는 객차를 알려주며 가서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승무원이 얼굴도 예쁘고 친절하고 내 말을 정확히 알아듣는 것에 뿌듯해하며
손을 다정히 흔들어 주었다.
오고 가는 정이 따스해서인지 다행히 기차의 한 작은 집무실에서 표를 바꿔주고 있었다.
줄을 선 후 차례가 되어 추가금액을 지불하려는데
(참고로 추가금액 142원, 이미 산 좌석표는 81원, 합 : 루안워 223원)
누가 뒤에서 사정없이 나의 배낭을 낚아채는 것이다.
그 낚아채는 강도가 얼마나 강하고 무례했던지 혈압이 꼭 두서며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주먹이라도 한 방 날리려고 돌아서는데
장소가 협소한 곳이라 배낭이 걸려 몸이 채 돌기 전 표를 바꿔주는 여자 승무원이
나의 손을 잡고 눈짓을 주며 손가락을 입에 대는 것이다.
그러면서 먼저 그에게 표를 내준다. 돈도 안 받고
그가 떠난 후 흑사회 일원임을 알려준다.
그랬구나 하면서 내 표를 받고 돌아서려고 하다가
문득 앞선표와 내표가 같은 방인가를 물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주저 없이 다른 방으로의 교환을 요구했다.
승무원도 그게 합당할 것이라 생각했던지 순순히 다른 방으로 교환해 준다.
잠깐이지만 그와 실랑이 하면서 비록 한국말이지만 욕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잉워는 6인실이지만 루안워는 4인실이다.
역시 좋기는 좋다.
짐을 풀고 잠시 안정을 찾으며 좀 전의 상황을 복기해 보았다.
만일 장소가 넓어 돌아서는 것이 용이해 상대에게 주먹이라도 한방 날렸으면
그 다음은 어찌 되었을까?
혼자 킥킥 실없이 웃으면서 12시간의 기나긴 시간을
한 편의 드라마를 나름대로 그리고 지지고 복고 하면서
그런대로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장춘으로 가면은 백두산까지의 교통편이 편리하겠지마는 이미 올라올 때 지나친 길이라
길림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착하자 마자
2일간 중국음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김치찌개 생각이 간절하다.
하얼빈역 근처에 한국식당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시간도 촉박한지라 그냥 차 안에서 아침을 간단히 맥주 한 캔에 땅콩으로 해결하였다.
속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나 때문에 예정에도 없는 휴게소에서 10분을 지체하였다.
사실 이 때는 말이 필요 없었다.
내 표정을 보니 그 누구도 인정하는 순간이었기에…
5시간만인
제대로 된 점심을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마음이 설렜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길림역
백두산도 식후경이라 길림 역의 한국음식점을 두리번거리고 찾아보지만
딱히 눈에 띄는 곳이 없다.
꿩 대신 닭이라고 조선족식당을 들어갔다.
들어갈 때부터 왠지 짜증이 났다.
뭔 놈의 트로트를 그리도 크게 틀어 놓았는지
완전 도 때기 시장이다.
식당인지 카바레인지 분간이 안 간다.
메뉴 판을 보니 완전 중국식이다.
김치찌개 두 없구
나갈까 하다가 냉면이 눈에 띄기에 아쉬운 대로 시켜먹기로 했다.
치사하게 밑반찬도 안 주기에 김치를 주문했다.
카운터 쪽을 바라보니 청도맥주가 보이기에 자연스레 한 병을 주문했다.
먹으면서 엄청 후회를 했다.
물 냉면은 완전 맹탕이고, 김치는 완전 소금이다.
여기에 맥주는 뜨듯하다.
웬만해서는 음식타박 안 하는 나이지만
꾸역꾸역 먹다가 그만 먹기를 포기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계산서를 가져오라 했다.
42원이 나왔다.
내역이 이렇다
냉면 15원
청도맥주 1병 24원
김치 3원
잠시 숙연해 졌다.
내 딴엔 냉면 5원, 맥주 5원, 김치 2원, 합 12원을 예상했는데
자리세 포함해도 많아야 20원 정도 일 텐데
42원이 나오니
주인을 오라고 했다.
어찌나 내 인상이 붉으락 푸르락 했는지 종업원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주인은 결국 나타나지를 않는다.
종업원이 주문할 때 보여준 메뉴 판이 아닌 가격표가 적혀있는 또 다른 메뉴 판을 보여주며
계산이 맞는다고 거의 울음직전이다.
먹다 남은 냉면과 김치와 맥주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기가 막혀 그냥 42원을 주어버렸다.
갈길 이 멀기에 사소한 일에 목숨 걸기가 싫었다.
길림에서의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식당을 찾는 과정에서부터 식당에서 실랑이하느라 지체한 시간까지
그럭저럭 2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정작 백두산 쪽으로 가는 버스는 오래 전 끊겨버렸다.
터미널 매표소에서부터 나를 줄곧 따라다니는 아줌마가 있었다.
이도백하는
어찌나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지 5번 정도를 뿌리쳐 봤지만
이미 먹이 감으로 포착된 나는 그녀를 피할 수 없었다.
뿌리치고 돌아서 있으면 언제 나타나는지 또 내 앞에 나타나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가는 길목마다 지키고 있다가 나를 낚아채는 그녀의 수단에 결국 맥없이 웃고 말았다.
희한하게도 한번 긴장을 풀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길림성 지도를 펴놓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다 보니 정도 들고 하여
그녀의 뜻대로 안도를 목적지로 정했다.
버스가 어디서 출발하느냐고 물으니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 또 무슨 해괴한 경우인가 하여 의심을 잔뜩 품으니
역전주위에는 차를 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그녀를 따라 나섰다.
그런데 웬 자가용 쪽으로 안내를 하고는 그 차를 타라고 하는 것이다.
열어주는 뒤 문으로 타려다 인사를 하는 운전사를 보고는 기겁을 하였다.
인상이 어찌나 험악하던지 이는 필경 납치범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길가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뒤도 안보고 돌아섰다.
그래도 끝까지 물고 늘어서는 그녀
택시를 타면 어떻겠냐고 사정사정을 한다.
의심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울 정도로 그녀에게는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역전 주위의 꽉 막힌 거리를 차도도 아닌 인도를 향해 돌진하는 택시를 타고
바짝 긴장을 하면서 쳐다보고 있자니 드디어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한가한 주유소 앞에 다다른다.
뒤 따라 그 자가용도 도착한다.
괜한 의심에 멋쩍은 자신을 무마하고자 버스비용이 80원이라는 것을 그냥 100원 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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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까지 글을 완성하려다 보니 너무 늘어 지내요.
그 다음 과정은 후일을 기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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