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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사 - 사랑하는 동서식품을 떠나며

주님의 착한 종 2008. 3. 31. 08:25

진정 사랑하는 동서식품을 떠나며..

 

한없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슴에 담고

동서가족 여러분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끝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동료 여러분.   

동서식품이라는 포근한 지붕 아래에 모여 젊은 열정과 땀방울, 그리고

여러분의 도움으로 함께 했던 25년 동안의 가슴 뜨거웠던 순간 순간들을

이제 추억이라는 이름의 상자에 담아 기억 저편으로 묻어둬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25년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동서식품에 입사해서 결혼을 했고, 동서식품에서 일하며 집을 장만했으며

동서식품의 성장과 함께 두 딸이 성장했습니다.

제가 입사하던 해에 발매가 시작된 맥심커피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품질과

생산성을 자랑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세계제일이라는 네슬레와 겨뤄 당당히 승리했습니다.

할인매장에 가면 꼭 우리의 매대와 네슬레의 매대를 들려봅니다.

그럴 때의 흐뭇함이란

모두 꿈 같은 일입니다.

 

신혼 초에도 야근을 하지 않는 날이 드물었습니다.

심할 때는 4개월 가까이 계속 철야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항상 회사에 불만이었던 아내가 지금은 저보다도 회사를 더

사랑합니다. 지금은 꼭 영업사원 같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

수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고 직원들이 거리로 내몰렸을 때

제 아내가 말하더군요.

정말 동서식품에 감사하고, 동서식품에 다니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막상 회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미국 금융불안으로 촉발된 경제침체 우려는 원자재 가격의 폭등과 더불어

회생하는 것처럼 보이던 우리나라 경제를 암담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원화가치 하락은 우리회사 경영을 무척 힘들게 할 것입니다.

부디 노사가 합심 노력하여 이 난관을 헤치고 빠른 시일 내에 2, 5,

10조 클럽에 들어가기를 부탁 드립니다.

 

존경하는 동서가족 여러분.

비록 저는 떠나가지만 동서식품만큼은 우리 경제를 위한 값진 재산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동서식품은 여러분의 보람과 긍지가 담긴 소중한 직장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창조, 도전, 희생의 정신으로 소임을 다해주시기 바라며

아울러 이제 새로운 기업환경이 동서식품과 여러분의 앞날을 보장해주게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꿈과 이상은 이제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만,

기쁘고 아름다웠던 여러분과의 추억은 아마도 제 여생의 반려로 남을

것입니다.

 

동서식품과 모든 동서가족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회사와 여러분을 잊지 않고 동서식품의 일원이었음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8 3 27

                                              전산부 박 종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