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2007년 11월 5일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5. 07:50

11 5일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1독서 : 로마 11,29-36

하느님께서 한번 주신 선물이나 선택의 은총은 다시 거두어 가시지

않습니다. 전에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았던 여러분이 이제 이스라엘

사람들의 불순종 때문에 하느님의 자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지금은 순종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여러분이 받은 하느님의 자비를 보고 회개하여 마침내는 자비를 받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불순종에 사로잡힌

자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심오합니다.

누가 그분의 판단을 헤아릴 수 있으며

그분이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생각을 잘 안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주님의 의논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가 먼저 무엇을 드렸기에 주님의 답례를 바라겠습니까?

모든 것은 그분에게서 나오고 그분으로 말미암고

그분을 위하여 있습니다.

영원토록 영광을 그분께 드립니다. 아멘.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루가 14 12-14

예수께서 당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점심이나 저녁을 차려 놓고 사람들을 초대할 때에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잘사는 이웃사람들을 부르지 말라.

그러면 너도 그들의 초대를 받아서 네가 베풀어 준 것을

도로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그들은 갚지 못할 터이지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 주실 것이다."

 

 

교회의 보물이자 영혼인 가난한 사람들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한 산사(山寺)를 찾았습니다.

대부분의 사찰들이 그러하듯 양지바른 곳, 아주 산세가 뛰어난 곳 아래,

다시 말해서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것은 사찰특유의 자연스럽고 고풍스런

분위기였습니다. 벽화며 탱화며, 기와며, 사찰구조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천박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마음에 든 것은 점심시간이 되자 사찰을 찾는 신도들뿐만 아니라,

탐방객, 등산객, 가리지 않고 맛있는 비빔밥을 제공했습니다. 공짜로.

 

거기다 차까지 무료로 한잔 얻어먹으니 마치 큰돈을 번듯했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릅니다.

단풍도 단풍이었지만 고마운 마음이 내내 가시지 않았습니다.

작지만 정성스럽게, 부담스럽지 않게 이웃을 배려하는 그 마음에

하루 온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교회,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다가서는 교회,

세상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기꺼이 연대하는 교회,

바로 우리 교회가 나아갈 길입니다.

 

세상에 열려있는 교회란

다른 무엇에 앞서 사람들을 환대하는 교회입니다.

부자든 빈자든 차별하지 않고 큰마음으로 환영하는 교회입니다.

 

열린 교회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바와 같이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의 사람들,

고통스런 현실 앞에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더 집중적으로 초대하는 교회입니다.

 

신학생 시절 호기심에 이웃 개신교회 예배에 잠시 들어갔다가

목사님의 ‘과잉친절’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개척교회였습니다.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고 교회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보니

목사님께서 우렁찬 목소리로 설교를 하고 계시더군요.

 

낯선 분위기에 어색해하며 제일 뒷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는데,

어느새 목사님은 저희를 발견하셨습니다.

목사님 얼굴에 갑자기 희색이 돌더니 급기야 설교까지 중단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저희를 앞으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환대하는 의미로 우레 같은 박수를 쳤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인자한 아버지처럼 저희를 어깨를 두드려주시고,

또 더없이 환한 얼굴로 ‘잘들 오셨다. 어디 사는가? 이름이 무엇인가?

등등’을 물어보시며, 저희를 사람들에게 소개하셨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저희를 꼭 붙드셨습니다.

친절하게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또 이름이며, 주소며, 연락처를

적었습니다. 기어코 다시 한 번 꼭 오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에야

목사님께서는 저희를 놓아주시더군요.

또 다시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그 부담스런 체험을 통해 열린 교회, 환대하는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교회단체나 병원, 시설들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욱 자신을 낮추고 기쁘게 자신을 탈바꿈하는 시도들을 하고 있어

마음이 흐뭇합니다.

 

의료혜택을 받을 처지가 못 되는 사람만을 최우선적인 진료대상으로

선택하는 자선병원들, 그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만 찾아 다니는 자원봉사단체들, 무료급식소들...

진정 주님께서 기뻐하실 일들입니다.

 

이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사람들, 혹독한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

지독한 병고에 하루하루가 괴로운 사람들,

큰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지만 마땅히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 데도

없는 사람들이 기쁘게 우리 교회를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교회가 그들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고통스런 목소리를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춥고 배고픈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하고 가라’ ‘식사라도 하고 가라’며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포근하게 그들을 감싸 안고 격려의 말이라도 한마디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교회의 보물이자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그분들은 변장하고 우리를 찾아오시는

또 다른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