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2022년02월06일)
오늘의 묵상(2022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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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는
야근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4개월 연속 철야 근무를 한
기록도 세웠었지요.
밤을 꼴까닥 새우고,
오전 9시경 집에 가서 한 잠 자고
오후 5시쯤 저녁을 먹고는
다시 회사로 가서 근무하고..
토요일도 없고, 일요일도 없고,
일요일에도 잠깐 미사만 드리고 오고
월,화,수,목,금,금,금..
월,화,수,목,금,금,금..
일주일이 그랬습니다.
그때는 회사와 집이 가까웠습니다.
당시 몇 년 동안 부평공장에 전산실이 있었는데
집에서 승용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아마 시간제 일당을 받는 현장직원이었으면
월급도 엄청나게 받았을 텐데요. ㅎㅎ
각설하고..
밤을 꼬박 새우며 일을 했어도
예정했던 성과가 얻어지면 피곤한 줄 모르는데
프로그램의 로직이 꼬이거나 잘못되어
엉뚱한 결과들만 나오면
정말 힘들고 힘이 쪽 빠집니다.
베드로도 지쳐 있었을 것입니다.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베드로의 기분이 어떠했을 지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의 복음인
루카 5,1-11 말씀을 북상해 보겠습니다.
멍하니 새벽을 맞이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그물을 내리라고 하십니다.
베드로의 운명은 이렇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는 머뭇거리고 망설였을 것입니다.
밤새 허탕을 쳤으니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다시 그물을 내리게 되고
결과는 배 두 척으로도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의 고기가 잡혔습니다.
이렇게 해서 베드로는 선택되었습니다.
지친 어부에서 예수님의 으뜸 제자로 바뀐 것입니다.
베드로가 원해서 바뀐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선택하셨기에’
베드로는 바뀔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사람의 운명은 전적으로
주님께 달렸음을 깨달아야 하겠지요?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저는 처음에 이 말씀을 잘 못 이해했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낚는다’는 말은
미끼를 이용해 고기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 올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쓰이는 ‘낚는다’는 말은
줄 낚시나 대낚시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
그물로 잡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베드로가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들을 사로잡은 것처럼
‘사람을 낚는다.’는 말은
‘사람을 사로잡는다.’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잠시 가만히 생각해 볼까요?
사실 우리는 많은 것에 사로잡혀 있지요.
돈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세상이 온통 돈으로 보일 것이고,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 여자에 사로잡혀 세상 모든 것에서
그 여자를 떠올릴 것이고요.
요즘 많은 청소년은 가수나 탤런트 또는
모델이나 비보이 같은
연예인에 사로잡혀 있을 것입니다.
이 밖에도 명예에 사로잡힌 사람,
성적 욕구에 사로잡힌 사람,
이기심에 사로잡힌 사람 등
우리는 그 어떤 것으로 말미암든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 낚는 어부’란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랑의 그물에
사로잡히도록 이끄는 이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던
시몬 베드로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해도 그 열매를 맺지 못하고,
누군가를 용서하려고 밤새 애썼지만
그 어떤 성과도 없는
우리의 비천하고 부족한 모습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라.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