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2021년11월11일)
오늘의 묵상(2021년11월11일)
聖 김 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새벽에 공원에 나갔더니
어제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느낌입니다.
비는 오지 않지만 하늘은 오늘도 검은 색입니다.
내일은 경인 지방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네요.
각별히 건강에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요즈음 갑자기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요소수 대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경유 화물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는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놀라는 분들도 꽤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전국의 소방서나 119 안전센터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요소수를
조건 없이, 이름도 밝히지 않고
기증하고 사라지는 시민들의 모습이 소개되어
미소를 짓게 합니다.
혹시라도 화재가 일어났을 때,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소방차 구급차가 운행을 못할까
그래서 소중한 생명들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되는 시민들이
기증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요소수를 기증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요소수가 만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구매하여 가지고 있던 분들 아닐까요?
그러니까,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면
자신들의 자동차가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되어
피해를 볼 수 있는 분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명을 구하는 일은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숭고한 뜻을 실천하기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는 아름다운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
예, 맞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브라함은 몇 사람의 의인을 끝까지 찾지 못해
소돔의 멸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세는 어떻습니까?
온갖 악이 성행하고
하느님의 정의가 잊혀진지 오래라는
한탄의 한숨이 팽배하는 오늘입니다.
그래서 종말이 다가왔다고 외치는
사이비 종교가들의 사기 언행이 많아지고
그들의 주장에 불안한 시민들이
설득 당하고 결국 피해를 입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지요.
저는 생각합니다.
현세의 이 어지러운 세상이
소돔과 같은 멸망을 당하지 않고 존재하는 이유는
아직 이렇게 주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아름다운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묻습니다.
이스라엘이 득세하는 날이
언제냐는 질문입니다.
대단히 현실적인 물음입니다.
유다인이 이방인을 누르고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날을 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명예와 부를 누릴
그들만의 세상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답변은 명쾌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하느님 나라는 ‘현실의 성공’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는 말도 믿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 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와 계신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분의 나라는 세상이 시작될 때부터 있었습니다.
현실의 모든 것은 그분의 다스림 안에 있습니다.
어느 누가 ‘그분의 섭리’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현실과 미래에서 그분의 손길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는
믿음 안에서의 깨달음이 아닐까요?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의 다스림을 뜻합니다.
그러기에 그분의 나라가 온다는 것은
종말을 의미합니다.
그분의 완벽한 다스림이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보면 그날은 기쁜 날입니다.
그렇지만 놀랍고 두려운 날로
인식되어 있는 것 또한 현실이고요.
그러면서도 많은 이가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휴거가 다가왔다며
단체와 조직을 형성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정을 떠나 그곳에 들어간 이들도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말씀 들자면
종말 역시 하느님 나라의 ‘한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러기에 언제 올지 모릅니다.
인간의 판단 기준을 초월해 있다는 말씀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살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지금 계속되는 ‘삶의 끝’이 나의 종말입니다.
저만치 오는 비,
가뭄 끝에 오는 단비가 아니라
공해와 황사에 찌든 비를
미리 뛰어가서 맞으려 드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