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2021년10월17일)
오늘의 묵상(2021년10월17일)
聖 김 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어제 인천교구 도보순례 6코스
절제의 길을 걸었습니다.
일기예보를 통해
날씨가 추워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10월 중순에 추우면 얼마나 추울까?’
얏 보았던 탓에 사실 많이 떨었습니다.
어제 순례길 첫 번째 경유지인 동춘동 성당에서는
저희 본당의 두 젊은 남녀가 혼배성사를 드렸기에
축하를 해주려고 잠시 들렸습니다.
신랑, 신부를 만나고
신랑 어머니 어머니 데레사 자매님과
신부 어머니 세실리아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예쁜 한복을 입고 화사하게 화장을 하니
신랑 신부의 어머니가 아니라
마치 누나이며 언니처럼 보이네요.
평상시에도 이렇게 잘 꾸미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지만, 그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 일이겠지요?
글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혹시나 데레사 자매님의 마음이 아직도
불편한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데레사 자매님의 오랜 기도와 정성으로
아들이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 성소를 꿈꾸다가
4학년을 마치고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요셉 성인과 성모 마리아가
사제였고, 수도자였다면
예수님은 어떻게 이 땅에 강생하셨을까요?
사제 성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도자, 평신도 성소 역시 매우 중요하며
이 모든 것은 오직 주님의 섭리로 이루어짐을
믿고 받아드린다면 더욱 축복할 일입니다.
다행이 제가 두 신랑신부와 양가 가족을
잘 알기에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신랑이고 정숙한 신부이기에
주님께서 틀림없이 성 가정으로 이끌어 주시어
평생 행복한 부부로 살아갈 것임을 믿습니다.
어제 순례길 기도 중에
두 사람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코 10,35-45입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유다 사회에는
메시아께서 오실 것을 희망하며
새 시대를 꿈꾸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들이 있었답니다.
율법에 충실하며 이방 민족에 물들지 않고
경건하게 살고자 했던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들,
정치권력에 기대어 세속적 이익을 누리던
사두가이파와 혁명을 꿈꾸던 열혈당 등등..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들 속에서
메시아의 희망을 발견했기에,
그분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제자 공동체를 이루고자
꿈을 꾸지 않았겠습니까?
마태오 복음에서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살로메가
아들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왔다고 하는데
오늘 마르코 복음은 야고보와 요한이
직접 예수님께 찾아왔다고 되어 있네요.
아무튼 그들은 예수님께서 메시아로서 선포하실
새 나라의 중책을 맡겨 달라고 청을 합니다.
요즘 말로 아들들을 위해 로비를 하는
그들의 어머니의 청은 인상적이네요.
우리 나라 어머니와 다를 바 없지요?
아들의 성공을 바라는 모든 시대의
어머니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네요.
역설적이지만 이 어머니의 청과 두 아들의 바람은
자신들이 꿈꾸던 세상의 방식은 아니었지만,
예수님의 부활 이후 시작된
교회 공동체를 통하여 성취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공동체는
1. 경쟁과 적자생존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
남을 지배하려는 권력 공동체가 아니라,
2. 첫째가 되려는 이는 종이 되어야 하고,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섬기며,
3. 많은 이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였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지요.
예전에 성경공부를 할 때
마르코 복음서는 제자들의 길에 대해.
즉 예수님의 제자 됨에 대한 가르침을
강조하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마르코 사가는 제자들의 신앙에 있어
부족한 부분들을 우리로 하여금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 두 사람이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라고 말할 때,
그리고 다른 제자들이 야고보와 요한에게 화를 낼 때,
우리는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구나..
하며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위에서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종이 되고, 섬겨야 하고, 목숨을 바쳐야 하는,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라는 것을 심어주십니다.
우리는 세례 때 받은 성령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친교를 맺는
영적 공동체가 아닙니까?
그러므로 우리가 교회 생활에서
진정으로 청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오늘을 보내고자 합니다.
복된 주일 잘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