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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1년09월13일)

주님의 착한 종 2021. 9. 12. 23:21

오늘의 묵상(2021년09월13일)

 

聖 김 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춘추전국 시대에 진시황의 진(秦)나라는

강력한 기병으로 중국을 통일하고

징기스칸의 몽골 기병은 유럽까지 정벌합니다.

칼과 방패, 긴 창을 무기로 하는 보병력으로

로마는 유럽 전체와 중동 및 북부 아프리카를 점령합니다.

 

성경에서 자주 백인대장 이야기를 접하는데

(개신교에서는 백부장이라고 하더군요)

백인대장은 쉽게 말하면

오늘날의 보병 중대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위관급 장교이지요.

 

보통 휘하에 60 ~ 80명을, 많게는 100명을

거느리는 직책이었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Centurion (센추리온) 으로 부릅니다.

 

백인대장은 로마군단의 실질적인

중추역할을 하는 직위였다고 하는데요.

천인대장들이 대부분 귀족들로 구성된 반면

백인대장은 대부분 평민으로 실질적으로

평민의 가장 높은 군대 계급이었다고 해요.

 

로마군단에 입대하는 자격부터가

로마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평민이라 하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평민이지만 로마 시민권 보유자 중에서

평민인지라 로마 시민권이 없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귀족같이 보였을 것입니다.

 

백인대장들은 임기의 제한이 없고

일반 병사와 10배 이상의 급여와

독립된 주거지가 주어졌다고 하네요.

요즘 같으면 군인 아파트 같은 것이겠지요.

 

로마사회에서 백인대장은 굉장히 높은

사회적인 지위와 명성을 얻으며

그에 따른 책임도 컸다고 하고요,

전투시 가장 최전선에 서서 군단의 뼈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사망률이 로마군단에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당시에 종(노예)은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주인의 마음에 안 들면 죽여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고 합니다.

 

배의 노를 젖는 노예나, 채석장 같은 곳의

노예들은 무척 비참한 생활을 했겠지요.

가정의 노예는 편할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말 한 마리 가격보다 훨씬 쌌다고 하니까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정말 착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말 한 마리 값도 안 되는 종이 병이 들자

백방으로 고치려 했으나 못 고치다가

예수님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지요.

 

또한 이 백인대장은 비록 이교도이며

침략자였음에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의 됨됨이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들을 위한 회당까지도 지어 준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인 그 백인대장은

자기 종이 병들어 죽게 되자,

그를 내다 버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졸였나 봅니다.

 

이토록 존경 받을 만한 백인대장을 위하여

 유다인들은 자기 일이 아닌데도 예수님께

그의 종을 고쳐 주십사 간곡히 부탁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흔쾌히

백인대장에게 가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예수님께서 도착하시기도

전에 이렇게 전갈합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

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이러한 백인대장 정도의 됨됨이와

자기 종을 아끼는 마음만 보더라도,

사실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주님께서 얼마나 거룩하신 분이신지,

주님의 진면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자신이 그분을 모실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사야 예언자도 그랬습니다.

이사야는 환시 중에 하느님의 성전을

보게 되자, 이렇게 외칩니다.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

우리는 어떻습니까?

성전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거나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주님의 몸을 모실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잘나서 일까요?

 

아니지요.

절대 아닙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우리를

주님께서 초대해 주시니,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초대,

십자가의 초대,

그 날이 오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