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2021년06월20일)
오늘의 묵상(2021년06월20일)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학창 시절, 여름 방학 때
볼음도라는 섬에 농촌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습니다.
볼음도는 강화도에서도 많이 떨어진 곳입니다.
아무튼 농활을 잘 끝내고 돌아오는데
볼음도에서 오후에 작은 배를 타고
새벽에 인천에 도착하는 여정이었습니다.
긴장도 풀리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젊은 학생들이 어디 잠이 오겠습니까?
베에서 술도 마시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바다 가운데로 천천히 떨어지며
붉은 불씨의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는
일몰에 감탄하며 즐기고 있는데..
이런,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파도가 치고
배가 흔들리며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구토를 시작하는 사람도 생기고..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입이 굳게 닫힌 건 당연했지요.
그런데 아직 열 살도 안 되었을 아이 하나는
천연덕스럽게 선원 사이로 뛰어다니며
밧줄도 잡아 주고 심부름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거의 사색이 다 되어있었는데..
얼마 후 바람이 진정되고 배는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다 걸려 어스름한 새벽에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보았지요.
“너 아까 파도가 막 치고 그럴 때
겁이 나지 않았니?”
그랬더니 그 아이가 대답하기를
“선장이 우리 아버지에요.”
그때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래 이것이구나,
아버지에 대한 확고한 믿음..”
아이는 전적으로 아버지를 신뢰했기에
어른들이 비명을 지르건 나뒹굴던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아버지를 도울 수 있었던 것일 겁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는
폭풍과 바다와 풍랑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군요.
욥기는 의인이 왜 이러한 고통과 시련을 받아야 하는지
묵묵히 견디어내던 욥은 드디어
이토록 고통을 모른 체 하시는 하느님의 침묵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며 항의합니다.
자타가 의인으로 인정하는 그가
이유 없이 고통을 당한다면
이 세상은 분명 부조리한 것이며,
하느님께서 세상을 제대로 통치하지
않으시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번민과 고뇌와 질문에 대하여
하느님께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누가 문을 닫아 바다를 가두었느냐?”
바다는 피조물인 욥에게 미지의 세계이지만
하느님은 바다를 지배하고 통치하시는 분이십니다.
욥이 결코 할 수 없는 것을 하시는 분,
욥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을 아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독서 욥기의 주제는 거친 풍랑이나
바다가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복음을 살펴 봅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제자들은 아직도 예수님이 누군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욥에게 알려주십니다.
바람과 호수를 복종시킬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 당신 뿐이시라고..
“이분이 누구시기에?”
그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옆에 계신데,
풍랑 따위가 어찌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복음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인생의 격랑에 휩싸여
어느 길을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생의 파고를
잔잔하게 해 주십니다.
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환우들
환자를 돌보느라 힘든 보호자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낸 슬픔의 유족들..
여러분의 번민과 슬픔과 의혹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
주님은 우리를 보살펴 주시고
마음의 평온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어떤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 오더라도
이것 또한 하나의 풍랑으로 생각하고
주님께 맡겨 드리면 좋겠습니다.
오늘 연중 제12주일은
화창한 날씨만큼
마음도 모두 활짝 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