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공자의 고향서도 사라진 孝

주님의 착한 종 2010. 6. 9. 14:51

 

1966년 5월, 문화대혁명이 시작됐다. 홍위병들은 사찰, 도관(道觀), 불상과 명승고적, 예술 작품, 골동품을 ‘봉건주의, 부르주아, 수정주의’로 간주하고 파괴했다.

동시에 유학자, 승려, 교사는 홍위병에게 짓밟혔고, 자식이 부모를 공개 비판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후 중국의 문화와 사상의 근간을 이루던 유교는 자리를 잃었고, 유물론과 사회주의가 대신했다.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1가구 1자녀 정책이 실시됐고, 7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가정에서 '소황제'로 애지중지 자랐다.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긴 70년대 이후 세대들은 더 이상 孝와 忠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禮의 국가 중국에 불효가 시작된 것이다.

베이징에서 활동중인 사회활동가 주빈(祝斌)은 최근 중국에서 효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진단했다. 아래는 일본의 중국 전문 포털 서치나에 소개된 분석을 요약한 것이다.
 
구걸하고 있는 노인.ⓒ TED ALJIBE/AFP/Getty Images
중국은 어느덧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중국의 열악한 사회보장제도는 노년층의 노후에 무방비 상태다.

최근 톈징쥔(田景軍) 연구팀은 공자의 고향으로 알려진 산둥성 취푸(曲阜)시를 찾아 노인들의 생활 실태에 대해 조사했다. 43개 촌락을 방문해 65세 이상 노인 1186명을 만났다.

조사 결과, 자식과 떨어져 지낸다는 응답자가 72.2%에 달했고, 매일 끼니 걱정을 하는 노인도 5.6%였다. 또 일할 능력이 없다고 답한 노인이 89%, 생필품이 부족하다는 답변도 90%였다.

연구팀은 이번엔 반대로 응답자의 자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응답자의 56%는 효도를 할지 안할지는 경제적인 여유가 좌우한다고 답했다. 31%는 부모가 춥고 굶주리지 않는다면 효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불효 사례도 많았다. 툰리(屯里) 마을에서 만난 88세 할머니는 매일 아들 집 앞에서 구걸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며느리가 당일 기분이 좋다면 할머니는 운좋게 밥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굶기 일쑤라고 한다.

조사원이 만난 91세 노인은 머리에 붕대름 감고 있었다. 청력이 좋지 않은 듯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웃들은 이 노인이 아들에게 구타당한다고 전했다.

부모를 극진히 공양하는 사례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노년층은 자식들의 무관심 속에 살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이를 불효도 효도도 아닌 상태로 이해하고 있었다.

취푸시 조사 결과에서 1차적인 잘못은 불효한 자식들에게 있다. 하지만 불효자들이 자란 배경을 파고 들어가면 부모가 이미 '불효의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가정 교육을 받은 자들은 대부분 불효자로 자랐다. 하지만 부모들은 자신의 가정 교육이 잘못됐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운이 없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백가지 선 중에 효가 으뜸이라(白善孝爲先)'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중국은 효의 나라였다. 2천년 전 쓰여진 '효경(孝經)'은 효를 하늘이 정한 규범이라고 말했다.
 
문명고국(文明古国)인 중국은 '의례의 나라'라고 불렸던 시기가 있었다. 예부터 효도의 논술도 많다. 효행은 사람의 모든 도덕의 근본과 기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소위 '백선효위선'(百善孝為先 : 선(善)의 모두는 우선 효에 있다)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밖에 '예기(礼記)' '삼자경(三字經)', '24효행(二十四孝行)', '제자규(弟子規)' 등 효를 권장하는 서적은 부지기수다.

노후 문제는 21세기 중국의 시급한 과제다. 열악한 정부의 노후 대책과 함께 공산당의 인구 정책은 이기적인 외동을 뜻하는 '소황제'를 양산했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으로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고, 사회적 책임감도 결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