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연중 제 21주간 금요일
마태오 25장 1-13절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그때에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 25,1-13)
<일상에 대한 진지한 접근>
언젠가 인천교구 김병상 신부님께서 "기쁨과 사목"이란 소식지에 기고
하셨던 글을 읽고 크게 뉘우친 적이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사제로 서품되신 직후 한 원로 신부님을 찾아가셨답니다.
인사를 올린 후 "새 사제로서 어떻게 살면 좋겠습니까?"하고 조언을
부탁 드렸습니다.
한참 묵묵히 생각이 잠겨 계시던 신부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셨답니다.
"자네가 가장 가까이 접하게 될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도록 노력하게나.
언제나 자네 주변에서 가장 수고가 많은 식복사 자매님, 수녀님,
사무실 직원, 사목위원들을 먼저 챙기고 그들에게 정직한 모습,
성실한 사제의 삶을 보이도록 노력하게."
평범하고 소박한 한 마디 말씀이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는 소중한 말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는 일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또한 먼발치에서 바라다보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란 쉬운 일입니다.
또 그들에게 "사랑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는
너무도 간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 배우자, 부모, 자녀, 직장
동료, 친구, 이웃들을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고 하시며 마지막 날을 잘 준비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어떤 모습의 삶이 <마지막 날>을 가장 잘 준비하는 삶이겠는가?"
생각해 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단순하고 소박한 삶, 늘 정리된 삶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우리가 지니고 있던 소유지향적인 삶,
"이것만은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식의 고착된 삶의 양식으로부터
이탈된 삶, 그런 삶이 준비된 삶이 아닐까요?
예수님의 삶 역시 극도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었습니다.
매일 다가오는 수많은 문제들과 한계들을 매일 아버지께 맡기고
밤이면 모든 걱정 툭툭 털어 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던 삶이
예수님의 삶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다가오는 그 누구도 물리치지 않으시고 그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셨습니다. 특히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돈보스코 성인의 영성 그 핵심에 "일상의 영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상의 영성은 평신도들의 영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일상의 영성은 다름 아닌 매일의 삶에 충실하려는 영성입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의 영성은 매일 만나는 이웃들, 가장 가까이 몸 붙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충실하려는 영성입니다.
또한 매일 주어지는 작기에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업무들에 충실한
영성입니다.
아울러 매일 와 닿는 예기치 않았던 고통스런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영성입니다.
회개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우선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개선시켜나가는 노력입니다.
이런 일상에 대한 진지함이나 충실함이야말로 주님의 날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노력일 것입니다.
누군가의 고백처럼 "일상에 대한 진지한 접근, 인생의 진리는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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