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애야, 음식 다 식는다.

주님의 착한 종 2007. 8. 24. 07:08


애야, 음식 다 식는다.

 

                    

그곳에 들어가는 것 그 자체가 곧 죽음을 상징했던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빅터 플랭클이었지만,

그의 글에는 언제나 희망과 사랑, 따뜻함이 숨 쉬고 있습니다.

 

그곳에서의 처절했던 체험들로 인해 사상이나 가치관이 비관적이거나

회의적으로 바뀔 만도 한데, 그의 글에서는 언제나 낙관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밝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의 한 말씀 한 말씀은 마치도 달디 단 생명수와도 같습니다.

 

100% 죽음이 예견되던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인생에 대한 ‘의미부여 작업’에 몰두했던 그는

이런 소중한 말씀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듯이 살아가십시오.

패배감으로 과거를 곱씹지 마십시오. 오직 현재에 충실하십시오.

 

“자신을 넘어서십시오.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십시오.

자신의 부족함 앞에서도 웃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십시오.

 

“거울 속에 내 모습에서 눈을 떼면 그 밖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웃들에게로 시선을 돌리십시오.

그들에게 사랑을 보내십시오.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십시오.

 

“긴장과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가 최선의 삶이 아닙니다.

긴장은 정신의 웰빙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낸 어느 저녁 수용소 안에서 빅터 플랭클이

겪었던 체험입니다.

 

죽도록 피곤한 몸으로 막사에 돌아온 수인들은 막사 바닥에 앉아

영양가라곤 기대할 것이 전혀 없는 멀건 수프 한 그릇씩 받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늦게 막사 안으로 들어온 동료 한 사람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빨리들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보세요.

지금 석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동료의 말에 다들 먹던 스프 그릇을 옆으로 밀쳐두고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조금씩 소멸되어가는 태양의 장엄함 앞에

다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적대자가 육체를 가두어도 영혼의 소유자인 인간을 그 어떤

열악한 환경 안에서라도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 안에서도 왕자처럼 누릴 것 다 누리고 행복하게 살아온

빅터 플랭클의 삶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자신의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극복하고 초월해서 하느님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몸은 비록 부스러지기 쉬운 흙덩이처럼 나약하지만

정신이나 영혼을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고

언젠가 하느님과 충만하게 합일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오늘 우리에게 바로 그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것,

높은 경지에 도달하는 것,

그래서 마침내 하느님 가까이 다가서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이런 하느님께서 오늘도 우리 모두를 부르고 계십니다.

친히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한 상’ 잘 차려놓으셨습니다.

잔치를 손수 준비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길거리로 나가셔서 이 사람 저 사람을 초대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 두려워서,

때로 부끄러워서,

때로 얼굴을 들 수 없어서

어둡고 깊은 동굴 안으로 꼭꼭 들어가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조차 다가오십니다.

애써 찾아오십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애야, 괜찮다. 빨리 나 오거라. 음식 다 식는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