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저는 던킨 도넛을 참 좋아합니다.^^
인생이 씁쓸하게 느껴질 땐
달콤한 한 조각이 필요하거든요.
지난 연말이었던가요, 아마.
붐비는 전철을 벗어나서 급하게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지하광장에 조그만 빵집이 있습니다.
항상 출근 시간에 맞춰 나오는 900원짜리 감자빵 하나를 사서
추운 거리로 나서는 게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이었습니다.
맛있는 저의 아침 식사죠.
그 날도 참 추웠어요.
감자빵 하나를 사 들고 바삐 빵집을 빠져 나오는데
그날따라 누군가 빵집 유리창 안쪽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서 있는 것이었어요.
남루한 차림의 그 노인은
왼손에 든 동전을 세어보고
다시 진열대 안쪽의 빵을 들여다보고
작은 한숨을 폭 쉬었습니다. 그리고 동전을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더군요.
손가락은 때에 절은 붕대로 감겨 있었고
노인의 두 눈빛 속에서는 배고픔과 서글픔의 감정이
짧게 교차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게 왜 제 눈에, 그 짧은 시간에 제게 보였던걸까요.
몇 걸음 떼다 저는 다시 제과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감자빵 두 개를 사서 아직껏 빵집 앞에 서 있던 노인의 손에
쥐어주고 냅다 줄행랑을 쳤습니다.
늘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뭔가를 줘야할 때, 참 쑥스럽잖아요.
그리고는 이내 그 일을 잊어버린 채 열심히 일을했지요.
그런데 예수님,
오후 퇴근시간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던킨 도넛이 참 먹고 싶더군요.
어린왕자의 노을처럼 저에게도 달콤한 한 조각이 참 필요했어요.
배고프고 지친 몸으로 버스를 탔어요.
아무 생각 없이 차창 밖을 보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옆자리에 털썩 앉더라구요.
그리고는 저를 툭 건드리며 이러시는거예요.
"빵 좀 드실라우?"
돌아본 저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분홍색 던킨도너츠 상자를 제게 내밀며 아줌마가 쑥스럽게 웃고 있는거 아니겠어요.
저는 두 말 할 것 없이 "감사히 먹겠습니다!" 외치고
허겁지겁 집어먹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 말씀 하시는거예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먹으란다고 덜퍽 먹어주는 사람 처음 봤소."
저도 설탕가루 묻은 입으로 헤벌쭉 웃었죠.
"요즘같은 세상에 버스 안에서 뭐 먹으라고 하시는 분도 없죠."
도넛 다섯 개 중에 세 개를 제가 먹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목적지에서 웃으며 헤어졌을 때
저는
몸도 마음도 너무너무 배불러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며 제가 그랬죠?
"예수님, 당신은 정말 기가 막힌 분이세요.^^"
그 신기한 이야기를
이튿날 병원 점심 시간에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그 날 오후부터
병원장님이 던킨 도넛을 상자째
매일 간식으로 퍼나르시는거예요.
벌써 몇 달째...
아, 예수님!
저 너무 살쪄요.
이젠 그만 주세요. 던킨도너츠..우엑..
그러고보니 올 1월 초, 제가 겪은 주님의 사랑이랍니다.^^
주님, 사랑해요. 던킨도넛보다 수 천 배~
글 쓴이 : 가톨릭인터넷 이옥 마리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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