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어느 중년 남성의 비애 (모셔온 글)

주님의 착한 종 2007. 8. 17. 07:22

혹시 내 이야기가 되지는 아닐까? (ㅠ_ㅠ))



 


좀 오래 전에~~
동아일보에 시리즈로 일주일간 기사가 실렸을땐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갑자기 예전에 우리 가게를 찾은 손님의 이야기가 생각 나
아직까지도 맘 한켠이 무겁고 씁쓸하네예.
그 손님하고 이야기 하는동안 내내
우리나라의 많은 중년 남성들이 겪고있는 현실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븐 맘에~~~~



 



그 손님은


모 금융권회사에 부장으로 근무하다


명퇴한지 6개월 째 된다면서 말문을 열었어예.
오늘 너무 우울해서 한잔 하고싶다 면서~~~





그 손님은 지난 27년이란 세월동안
정말 뒤도 옆도 안돌아보고


가족들을 생각하며 오로지 앞만보고 달렸다네에.
그런데 막상 명퇴하고 난 뒤의 가족들의 반응은 너무나 냉담햇고~~`
큰딸은 서울로 유학 보내놓고 나니 아예 목소리조차 듣기 힘들고
그나마 고1 작은 딸은 조금 통하는 곳이 있기는 한데
학원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새벽 두시가 넘으니 얼굴보기 힘들고~~~
마누라는 그동안 열시미 일한 신랑 챙겨주기는 커녕


늘 바깥으로 나돌기 바쁘고~~~
아무도 함께 대화를 해 주지 않고


집에선 완전히 왕따신세 그 자체 엿담니더.





그 날도 하루 사이에 집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면서


금방 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서
몹시 조마조마 하면서 얘기를 들었는데,


왜 그리 사는지 되물어봤더니
첫째는 자식들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참고살고~~`
둘째는 자식들 하나 하나 재산도 반반 나누자고 하는 마누라 제안에
도저히 혼자서 작은 딸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더라네예.





그 날도 아침일찍 일어나니 
전 날 과음한 탓에 속이 엄청 쓰려서


시원한 국물을 좀 먹고 싶었는데
마누리는 신랑 밥상을 차려 줄 생각도 않고


아침부터 준비해서 집을 나서더람니더.
에어로빅에 수영에 찜질방까지 갔다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두시가 훨씬 넘어서 였고
그 시간에 집에 들어와서는


밥상을 차려서 같이먹자고 했으면 좋았으련만
밥먹을꺼가? 하고 묻는바람에


배는 엄청 고팠지만 고놈의 자존심이 뭔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담니더.
그러니까 마누라는


혼자서 밥 챙겨먹고 또 집을 나가더라네예.





그때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으로 일어나서


현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그 것도 불안해서 베란다에 나가서


마누라가 확실하게 차를 몰고 가는 걸 확인 하고서야
주방으로 와서 라면하나 끓여먹는데


너무나 서글프고 자신이 초라하더라며 말끝을 흐리는데~~





왜그랬냐고 물었더니
혹시라도 마누라가 뭘 놓고 나갔으면


다시 되돌아 올까봐 그랬다면서.
왜 당당하게 밥 달라고 말 못했냐고 물었더니


자존심에 자신도 모르게 그랬다 안캄니꺼.


부부사이에 꼭 그 자존심을 내세워야 했을까예?
지가 보기엔 너무 대화가 단절된 것 같아


거기까지 간 것 같다고 그랬더니
지금처럼


말을 제대로 안하고 사는지 꽤 오래됐다 안캄니꺼.


그래갖꼬 무슨 부부라고 할 수가 잇겄어예






그 날도 하루종일 밥 한공기 구경 못하고


고작 자신이 끓여먹은 라면 하나가 전부라며
말을 하는데 목이 메이데예.ㅠㅠ
그러면서 그 날도 집에 들어갈때 초인종을 누르면


자지도 않으묜서 문을 빨리 안 열어줄 것 같다면서
딸아이가 올시간 까지 술을 조금 더 마시다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다 함께 들어가갸 겠다 안캄니꺼.






자신이 키를 가지고 다니면서 직접 열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을 마치고 들어가면


집에서 누군가가 반기면서 문을 열어주길 바라게 된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빨리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늘 실망을 하고 자신이 직접 키를 꽂아서 문을열고 들어가면
그 때 까지 거실에 있던 마누라가 방으로 들어가면서


방문 닫는소리 들을땐
내가 왜 이리 사는지~~~ 정말 비참한 생각이 든다카네예.
그렇게 살 바 에야 차라리


서로가 편하게 사는게 좋지않냐고 그랬더니
딸아이들 때문에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다 안캄니꺼!.






그 날도 술을 마니 마시다보니 속이 엄청 쓰려서


시원한 국물이나 좀 먹었으면 좋겠대서
멸치, 다시마, 새우, 버섯, 감자를 넣고 육수를 우려내서


즉석국수를 만들어 드렸더니
너무 맛있다면서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안됐기도 하고, 참 마니 안타깝기도 하고~~
기분이 뭐랄까 하여튼 지 기분까지 왠지 씁쓸해지데예!

마니 취해서 몸을 조금 비틀 거리면서도 정신은 흔들림없이
정중하게 인사하고 가는 뒷 모습을 바라보니
우리나라의 보통 중년 남성들의 모습들을 보는듯 해서


영 기분이 개운치않어예.
아직도 한창 나이에 저렇게 어깨가 처져 있으니~~~


마누라가 그럴 땐 필히 무슨 이유가 안 잇겟냐고 햇더니


자신은 오로지 죽자사자일 만 한 죄 박에 엄다카는데


도대체 누가 저러케 맹글엇을까예?





우리 고운 님들은 절대 그런 분들 없겠지예.
내 남편의 기는 내가 살려주는거 아임니꺼! 그지예~~
남편의 자존심은 곧 나 자신의 의 자존심 이거늘~


우째 그걸 망각하고 사는지


참말로 안타까웠어예.
다들 있을 때 서로 잘 하고 사입시더.


잘 할라고 봤을 때 이미 내 곁을 떠나고 엄으묜


그 땐 아무리 잘 하고 싶어도 다 허사 아임니꺼^^


그란께 절대 나이들어 서름 받을 일 맹글지마시고


다들 자신의 자리 잘 지키고


평소에 잘 하입시더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