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연중 제17주간 월요일 - 마태오 13,31-35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 언젠가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
가끔씩 단골 종묘상에 들릅니다.
올 봄에 처음 씨앗과 모종을 사러 갔을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이것저것 별로 깎지도 않고 많이 사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엄청 좋아하시더군요.
덤으로 이것저것 챙겨주시면서, 한 마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으십니다.
“아자씨, 이렇게 한번 인연 맺었으니, 앞으로 무조건 이리로 오는 거요.
한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 배신 때리기 없기,
‘시골종묘’ 꼭 기억하시요이!”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바라봤던 씨앗들을 요즘은 새삼 각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작은 씨앗 안에 긷든 그 무한한 잠재성에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 봄 밭에다가 이런 저런 채소씨앗들을 뿌릴 때였습니다.
어떤 씨앗은 너무나 작아서 손에 제대로 쥘 수도 없습니다.
어떤 씨앗은 너무나 가벼워서 후 불면 날아갑니다.
씨앗들을 땅에 묻으면서도 반신반의합니다.
이렇게 작고 볼품없는 씨앗들인데, 여기서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웬걸, 일 주일이 가고, 이 주일이 가고, 봄비가 한번 오고,
밭에 나가보니 기적 같은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여기저기서 무수한 새싹들이 고개를 쳐듭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 작고 하찮아 보였던 씨앗 하나가 점점 자라나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을 만듭니다. 솎아먹고, 옮겨 심고, 따먹고 또 따먹고, 그래도
또 나오고…
바로 이 맛에 농부들께서는 농사를 계속하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씨앗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우리 인간이 의도했던 계획, 그간 기울인 노력은 비록 미미하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하실 때 그 결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천 수만 배도 넘는 결실이 이루어지는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나눈 작은 정성이 비록 우리 눈에는
너무나 미흡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앞에는 얼마나 큰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고통 받고 있는 수재민들을 위해 기울인 작은 봉사활동,
아주 작은 몸짓 하나가 우리 눈에는 너무나 부족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 일인지 우리는 상상을 못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목숨 붙어있는 한 지속적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나날이 부족하고 부끄럽다 하더라도
꾸준히 선을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나는 비옥한 땅에 떨어진 한 작은 씨앗입니다.
내가 씨앗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이 답답한 땅을 박차고 나갈 것입니까, 아니면
이 지루한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깨트려버릴 것입니까?
내가 씨앗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다른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요. 하느님의 손길을 기다릴 수밖에요.
좀 더 기다리면 따스한 햇살이 비춰오고, 적당히 봄비가 내리고,
땅으로부터는 필요한 영양분이 올라오면 앙증맞은 떡잎을 매단 새파란
새싹으로 부활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지니는 것,
그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렇게 작고, 힘없고, 볼품없는 씨앗이지만,
언젠가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리라는 것을 굳게
신뢰하는 견고한 믿음,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나약함, 우리의 무력함, 우리의 보잘것없음을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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